사수 없는 스타트업으로 향했던 나의 세 가지 질문

정답이 없는 길 위에서

주변에서는 종종 내 첫 커리어 선택을 두고 무모하다고 말했다. 3년간의 마케팅 경력을 뒤로하고 개발자로 전향한 내가, 체계적인 교육이나 이끌어줄 사수 없이 초기 스타트업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정해진 정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스스로에게 던졌던 세 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나름의 간절한 답이 있었다. 이 글은 나의 선택이 옳았다고 주장하는 글이 아니다. 불확실함 속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며 그 길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다.

나의 10년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 나의 첫번째 질문

마케터로서 배운 것이 있다면, 개인의 성장은 산업의 성장과 함께 간다는 점이었다. 이왕이면 내 소중한 시간을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시장에 투자하고 싶었다. 여러 후보군 중에서도 AI 산업은 단순히 기술적 유행을 넘어,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구체적인 쓸모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내가 합류한 팀은 그 믿음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당시에는 스트리머들의 고통이라는 명확한 문제를 AI 기술로 해결하려는 모습에서,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사람을 향한 기술의 따뜻함을 보았다. 나의 첫걸음은 바로 이런 건강한 문제 해결과 함께하고 싶었다.

나는 어떤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은가?

— 나의 두번째 질문

과거의 경험은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상호 존중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나눌 수 있는 문화가 없다면 한낱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

그래서 나는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리더를 찾았다. CEO와의 첫 면접은 기술 면접이라기보다, 서로의 생각과 비전을 나누는 즐거운 대화에 가까웠다. 1시간 40분 동안 이어진 대화 속에서, 나는 직급이나 경력과 상관없이 좋은 의견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된 열린 마음을 보았다. 거창한 성공 비전보다, 그 대화의 즐거움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고 싶은가?

— 나의 세번째 질문

과거 마케팅 업무 당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자동화 앱을 직접 만들어 본 작은 성공 경험이 있다. 다행히 결과는 좋았고, 매출 증대와 함께 새로운 시도의 발판이 되었다. 그 경험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주어진 역할의 경계를 넘어서서, 제품의 성공에 필요한 일에 뛰어들 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주어진 역할을 넘어, 제품의 성공에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함께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꿈꾸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지원했지만, 기획, UX, 마케팅까지 함께 고민하자던 회사의 제안은 나에게 단순한 부품이 아닌, 함께 배를 만들어갈 동료로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정답이 아닌, 나만의 질문을 따라서

돌이켜보면, 그 세 가지 질문은 성공 방정식이라기보다, 불확실함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준 저만의 나침반이었다. 그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이 때로는 남들이 가지 않는 험한 길처럼 보였을지라도, 스스로 묻고 답하며 내린 선택이었기에 후회는 없다.

물론 그 길 위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깨지며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그 과정 전체가 지금의 나를 만든 단단한 토대가 되었음을 믿는다. 만약 누군가 과거의 나처럼 정답 없는 길 위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완벽한 계획보다 솔직한 자기 안의 질문을 따르라고 조심스럽게 말해주고 싶다.